제2시집 · 그리워서

달빛에 귀뚜라미 수 놓거든/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4. 00:13

 

     달빛에 귀뚜라미 수놓거든

 

      정숙자

 

 

  달빛에 귀뚜라미 수놓거든

  서랍 속 서한인 줄 여기옵소서

 

  혼자 안은 그리움임에

  갈꽃 바람타듯 수척한 동경

 

  절언절구(切言絶句)

  옥음명창(玉音名唱)에

  임께서도 혹여 이 밤 새우시는지

 

  길을 잘라 잇는 재주 있다면

  한 걸음에 몸 놓아 마주보련만

 

  닦아 띄운 옥명경

  저 보름달은

  어느 신방 앞 초롱이온지

 

  어려움 중에도 큰 어려움은

  사모하며 못 만나는 괴롬이리다

 

  뜰에 내려 글썽이는 뭇별 보거든

  붓에 재운 눈물인 줄 여기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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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