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추기, 육추기
황경순
주말농장에서 주인처럼 매실나무에 사는
긴꼬리딱새의 육추기育雛期,*
새소리가 시끄럽다
인기척을 느끼고 더욱 요란해진다
하필 농막 가까운 곳에 둥지를 지었을까?
조막만한 새끼 한 마리가 툭 떨어졌다
자지러지는 소리, 소리
일부러 문을 닫고
자리를 피했다
날지 못하는 새끼 한 마리를
어미새, 아비새가
둥지 대신 다른 나무에 옮겨 놓고서야 조용하다
새들도 저렇거늘
어린 제 자식을 죽여 놓고
고의가 아니었다고
발뺌하는 화면들이 클로즈업 된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저절로 익히는 부모 역할,
그것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엄격한 자격증을 주고 싶다.
그래도 안 되는 생명 이하의 인간들에게는
인공 육추기育雛器 하나씩 안겨 주고 싶다.
- 전문(p. 228-229)
* 육추기育雛期: 조류가 부화한 새끼를 키우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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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 2022-여름(174)호 <2000년대 시인 신작시> 중에서
* 황경순/ 2006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거대한 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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