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고요한 아침/ 김금용

검지 정숙자 2022. 12. 16. 00:02

 

    고요한 아침

 

    김금용

 

 

  엄마 다람쥐가 초음파 소리로 위험을 알리면

  들판에서 놀던 새끼는 그 주파수를 감지, 달려온다

 

  갈고리나방의 애벌레는 나뭇잎을 두들겨 그 진동으로 힘센 놈에게 자리를 비켜준다.

 

  나무를 죽이는 나무좀은 잎새를 긁어대는 소리로 새끼를 모으고, 짝짓기를 한다.

 

  목청이 아니어도 입과 턱으로, 토해내는 것으로

  곤충들은 섬세한 소리 연주자들이다

 

  나도 소리를 내는 목청, 약한 흔들림까지 다 잡아내는 귀가 있지만

  오미크론 감염으로 목소리는 갈라지고

  달팽이관에는 보일러실 기계음이 방해공작을 해댄다

 

  나비는 날개 아래 귀가 있어서

  포식자 소리를 재빨리 듣고 달아난다는데

  내게는 무슨 경고의 귓속말을 하는 것일까

  지구를 떠나라는 것인지,

  해독할 수가 없다

     -전문(p.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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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창작』 2022-여름(174)호 <중견시인 신작시> 중에서

  * 김금용/ 1997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각을 끌어안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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