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수용자의 걱정
이승하
여긴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할 사람이 있는데
넋두리라도 얘기할 사람이 있는데
출소일이 다가오니 걱정이네요
여기 있는 동안 아내는 죽고
하나 있는 자식도 죽고
부모님은 예전에 돌아가셨고
취침 나팔소리 기상 나팔소리
점호시간 식사시간 운동시간
참말로 규칙적으로 살았는데
수많은 동료가 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오 수많은 사연이 있었고
수많은 죄가 있었다오
철창 사이로 별을 보고 달을 보니
달은 더 크고 별은 더 반짝이고
봄은 더 더디게 오고
이 세상 천지에 연락할 사람 하나도 없는데
나가서 배가 고프면?
잘 데가 없으면?
등 뒤에서 마지막 철문이 철커덕 닫히고
등 뒤에 교도소가 있을 때 나
어디로 가야 하나 바람 찬 이 거리에서
-전문(p. 173-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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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 2022-여름(174)호 <중견시인 신작시> 중에서
* 이승하/ 1984년 ⟪중앙일보⟫로 등단, 시집『생애를 낭송하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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