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이사라
밖은 이미 어둡고
저 무지개 너머의 세상은 더 이상 없다고
느낄 때
안에서 만져지는 몽글몽글한 슬픔
이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
나에게 미안해
겨우겨우 살아내서 미안해
버릴 것은 버렸는데
버리고 싶은 것은 버려지지 않았어
너만은 내게 남았지
그러면 된 것 아닐까
이제는 닳도록 품어서
부드럽고 정겨운 기억들이
만져지는데
그동안 만져지지 않았던 것들도
오늘은 내 안에서 나를 만진다
내가 나와 함께
걸어갈 길은
하나인데
-전문(p. 17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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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 2022-여름(174)호 <중견시인 신작시> 중에서
* 이사라/ 1981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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