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고마워요/ 이사라

검지 정숙자 2022. 12. 15. 23:31

 

    고마워요

 

    이사라

 

 

  밖은 이미 어둡고

  저 무지개 너머의 세상은  더 이상 없다고

  느낄 때

 

  안에서 만져지는 몽글몽글한 슬픔

 

  이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

  나에게 미안해

 

  겨우겨우 살아내서 미안해

 

  버릴 것은 버렸는데

  버리고 싶은 것은 버려지지 않았어

  너만은 내게 남았지

  그러면 된 것 아닐까

 

  이제는 닳도록 품어서

  부드럽고 정겨운 기억들이

  만져지는데

 

  그동안 만져지지 않았던 것들도

  오늘은 내 안에서 나를 만진다

 

  내가 나와 함께

  걸어갈 길은

  하나인데

   -전문(p. 17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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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창작』 2022-여름(174)호 <중견시인 신작시> 중에서

  * 이사라/ 1981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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