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2018, 여름/ 이채민

검지 정숙자 2022. 11. 17. 00:08

 

    2018, 여름

 

    이채민

 

 

  꽃으로 살아온 그녀가 나비가 되어 날아갔다

 

  나의 세상에서 가보지 못한 길

  새 신발로 갈아 신고 달려가도

  스스로는 갈 수 없는 길

 

  마음만큼 손도 발도 커서 무슨 일이든

  앞장서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가

  형제들 중 맨 먼저 앞장서 그 길을 갔다

 

  물결치는 슬픔을 팽개치고

  시린 몸을 꽁꽁 싸매고

  화장장 불가마 앞에서도 우리를 

  맨 먼저 불러 세웠다

 

  우는 강을 남겨두고

  남루한 내 詩 한 편 남겨놓고

 

  먼 길

 

  잘 찾아갔을까

  먼저 가신 아버지 어머니는 만났을까

 

  웃음소리도 보름달처럼 크고 밝았던

  올케가

  여직껏 환한 답을 주지 않는다

    -전문 (p. 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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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오답이 출렁이는 저 무성함』에서/ 2019. 12. 15. <미네르바> 펴냄

  * 이채민/ 충남 논산 출생, 2004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빛의 뿌리』 『동백을 뒤적이다』, 동인지『빠져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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