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름
이채민
꽃으로 살아온 그녀가 나비가 되어 날아갔다
나의 세상에서 가보지 못한 길
새 신발로 갈아 신고 달려가도
스스로는 갈 수 없는 길
마음만큼 손도 발도 커서 무슨 일이든
앞장서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가
형제들 중 맨 먼저 앞장서 그 길을 갔다
물결치는 슬픔을 팽개치고
시린 몸을 꽁꽁 싸매고
화장장 불가마 앞에서도 우리를
맨 먼저 불러 세웠다
우는 강을 남겨두고
남루한 내 詩 한 편 남겨놓고
먼 길
잘 찾아갔을까
먼저 가신 아버지 어머니는 만났을까
웃음소리도 보름달처럼 크고 밝았던
올케가
여직껏 환한 답을 주지 않는다
-전문 (p. 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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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오답이 출렁이는 저 무성함』에서/ 2019. 12. 15. <미네르바> 펴냄
* 이채민/ 충남 논산 출생, 2004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빛의 뿌리』 『동백을 뒤적이다』, 동인지『빠져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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