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가 읽은 나의 시

『시문학』편집부/ 북 리 뷰 _『열매보다 강한 잎』

검지 정숙자 2013. 1. 17. 12:37

 

 

    북 리 뷰 / 『열매보다 강한 잎』(천년의시작, 2006)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한 정숙자 시인의 제7시집. 작품은 「로댕은 묻는다」등 모두 58편을 수록. 정숙자는 이제 각광받을 수 있는 본격 활동을 예고하는 시집이다. “천천히, 끝까지, 기꺼이 나는 내 그림자를 신고 걷는다”는, 자서 중의 “내 그림자”는 주체성(主體性)에 관련된 상징이다. 이 주체성의 의미가 지뢰처럼 폭발할 때, 그의 시도 섬광을 발산하게 될 것이다. 그의 언어는 이러한 자신의 험난한 앞날을 보증하는 것 같다. 이 시집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는 시쓰기론의 우회적 암시다. “고도로 압축 / 정화된 언어만이 다이아몬드에 이른다”(「문인석」)는 대목은 그의 시어론(詩語論)인 동시에 언어 구성의 법칙이다. 둘째는 그의 시의 지향점(指向點)의 암시다. 이 점은 테마, 좀 더 크게 보면 자연관과도 관련된다. 가령 “껍질 속 두 잎은 우뇌 / 좌뇌란다. 좌청룡 우백호란다. 씨앗들은 스스로가 명당이요 명문이란다”(「열매보다 강한 잎」)와 같은 대목은 샘플에 지나지 않다.

사생(寫生)이나 이미지의 제시가 아니라 ‘해석’ (사색, 관념)을 전제로 강력한 에너지를 지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문학』2006 12월호/ 북 리 뷰 (시문학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