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여백/ 정빈

검지 정숙자 2022. 11. 5. 02:19

 

    여백

 

    정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한 평을 품었습니다

 

  버리지 못한 꿈 하나 그렸다 지우고

 

  또 지웠다 그립니다

 

  흔적은 무죄라고

 

  하늘은 마냥 푸른 여백을 내어주시고

 

  어두워지는 내 눈을 씻어줍니다

  그곳은

  또 하나의 세상, 나의 휴게실입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칸나의 독백』의 첫머리를 여는 이 시는 시인이 시작 詩作을 시작始作하게 된 이유를 드러내기도 하고, 삶의 염결성廉潔性을 확인하는 소도蘇塗로 하늘을 비유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시인이 우러르는 하늘은 천상계(이데아)에 닿을 수 없는 현실의 누추함을 고백하는 고해소이며, 그 고해소가 또한 시임을 천명하는 중첩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 (p. 19/ 론 118) (나호열/ 시인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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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칸나의 독백』에서/ 2022. 9. 20. <미네르바> 펴냄

  * 정빈/ 전남 광주 출생, 2018『월간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