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통음/ 이재무

검지 정숙자 2022. 7. 20. 02:18

 

    통음

 

    이재무

 

 

  신새벽 군고구마 안주로 술을 마신다.

  고구마는 땅속을 견뎌온 식물이다.

  고구마 형상은 땅의 숨결이 만든 것,

  고구마에게서 구수한 흙내가 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우울하고 괴로운 것은 바라는 게 많아서이다.

  젊은 날에는 믿음이 있어 고된 줄을 몰랐다.

  지금의 내 나이가 되면

  세상은 야만을 면하리라.

  나라에 운이 따르면

  휴가철 여행지가 대동강이나 개마고원이 될 줄 알았다.

  어리석고 순진한 생각이었다.

  흉포해지고 이악스럽게 변해가는 사람들.

  일찍이 비참은 민족의 유구한 유산이었던 것.

  땅을 벗어난 고구마는 간식거리가 되고

  생고구마는 관리가 소홀하면 쉽게 상한다.

  별명이 고구마였던 사람을 원망할까?

  나는, 나를 속여 온 날들이 분하고 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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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천문학』 2022-여름(144)호 <시>에서

  * 이재무/ 1983년 ⟪삶의 문학⟫ 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즐거운 소란』외 1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