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
정숙자
어제 잃었던 것을 오늘 찾았습니다. 어제에 울지 아니하고 오늘의 기쁨을 울었습니다. (199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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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살던 아파트는 3층이지만 오래 자란 후박나무가 빗소리와 새소리까지도 들려줬습니다.
느닷없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그 집을 팔아, 애들을 보살피고, 저는 이곳으로 옮겨 앉았던 것이에요,
그런데, 그런데요. 처음으로 비 오는 날이었습니다. 소나기가 막 쏟아지는데도 그 푸르디푸른 생기 발랄한 빗소리가, 단 한 줄도 들려오지도 느껴지지도 않지 뭡니까.
(???)
여긴 12층
창밖엔 허공뿐이었습니다.
때때로 ᄒᆞᆷ께 울어주고, 천불이 나는 속 식혀주기도 했었는데, 이제 그 친구의 그리움까지를 혼자 울어야 합니다. 이사 올 때 빠뜨린 것, 놓고 온 것 깨우치는 게 이리도 뒤늦을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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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시학』 2022-여름(41)호 <이 계절의 초대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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