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광역매일⟫ 2022. 6. 15. | 시가 흐르는 아침-
죽은 생선의 눈
정숙자
죽고 싶다. 죽어야겠다. (차라리)
그런 마음. 꺼내면 안 돼. 왜냐고?
저 머나먼
경계 밖에서
그랬잖아
살고 싶다. 살아야겠다. (진정으로)
그런 바람 포개다가 여기 왔잖아
엄마-wormhole을 통해 왔잖아
갖고 싶었던 그 삶
지금이잖아. 여기가 거기잖아
죽어본 적 없으면서 겁 없이 ‘죽음 희망’ 그런 거
품지 말자꾸나. 우리! 경험으로 죽는 건 괜찮지만
경험일 수 없는 죽음 속에서
오늘 이 순간 아주 잊은 채
다시 태어나고 싶을 거잖아? 이게 몇 번째 생일까 생각해 봤니? 만약 말이야. 그 비밀이 열린다면, 우린 또 얼마나 큰 후회와 자책/가책에 시달릴까 생각해봤니?
접시에 누운 생선이 나를 바라보면서…
종을 초월한 자의 언어로 그런 말을 하더군
그로부터 난 생선의 눈을 먹지 않게 되었지
-시집 『공검 & 굴원』 p. 44~45
<시작노트>
한 생을 살아가자면,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한두 번이(었)겠는가. 어떤 이는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기도 하고, 꾸역꾸역 눈물을 삼키며 참아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방탕에 흐르기도 한다. 그 모두 삶을 사랑하다가 다친 영혼들임을 누가 모르랴. 필자 역시 여러 난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접시에 누운 생선’하고까지 대화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삶은, 이 삶은··· 현재도 진행 중임을 잊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펜데믹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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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 등단,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공검 & 굴원』 등, 산문집 『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질마재문학상> <동국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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