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누가 주인인가/ 홍신선

검지 정숙자 2022. 6. 13. 02:59

 

    누가 주인인가

 

    홍신선

 

 

  골동가게의 망가진 폐품시계들 밖으로

  와르르 와르르

  쏟아져 나와

  지금은 제멋대로 가고 있는

  시간이여

 

  그런 시간이

  인사동 뒷골목 깜깜하게 꺼진 얼굴의

  망주석望柱石에 모른 척 긴 외줄금 찌익 긋고 지나가거나

  마음이 목줄 꽉 매어 끌고 가는

  뇌졸중 사내의 나사 풀린 내연기관 속으로

  숨어들어

  재깍 재깍 가다가 서다가 하는

 

  이 느림이 삶의 주인이다

  우리의 정품이다

       - 전문 (p.12)

 

 

   * 에스프리; 나의시_홍신선>에서 한 구절/ "시란 치열한 정신에 뿌리박았을 때 태깔이 나는 법이다." (p.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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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획/ 문학과 사람이 선정한 한국 유수의 시인들, 詩와 에스프리

  『내 2022. 6. 10. 초판 1쇄 <문학과 사람> 발행

  * 홍신선/ 월간『시문학』 시추천(1965년). 시집『서벽당집』『겨울섬』『우리이웃사람들』『다시 고향에서』『황사바람 속에서』『자화상을 위하여』『우연을 점 찍다』『삶의 옹이』『직박구리의 봄노래』, 연작시집『마음경』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