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주인인가
홍신선
골동가게의 망가진 폐품시계들 밖으로
와르르 와르르
쏟아져 나와
지금은 제멋대로 가고 있는
시간이여
그런 시간이
인사동 뒷골목 깜깜하게 꺼진 얼굴의
망주석望柱石에 모른 척 긴 외줄금 찌익 긋고 지나가거나
마음이 목줄 꽉 매어 끌고 가는
뇌졸중 사내의 나사 풀린 내연기관 속으로
숨어들어
재깍 재깍 가다가 서다가 하는
이 느림이 삶의 주인이다
우리의 정품이다
- 전문 (p.12)
* 에스프리; 나의시_홍신선>에서 한 구절/ "시란 치열한 정신에 뿌리박았을 때 태깔이 나는 법이다." (p.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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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획/ 문학과 사람이 선정한 한국 유수의 시인들, 詩와 에스프리
『내 생의 詩』 2022. 6. 10. 초판 1쇄 <문학과 사람> 발행
* 홍신선/ 월간『시문학』 시추천(1965년). 시집『서벽당집』『겨울섬』『우리이웃사람들』『다시 고향에서』『황사바람 속에서』『자화상을 위하여』『우연을 점 찍다』『삶의 옹이』『직박구리의 봄노래』, 연작시집『마음경』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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