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말씀 못 이뤄도 아시겠지요/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23. 02:39

 

 

    말씀 못 이뤄도 아시겠지요

 

    정숙자

 

 

  말씀 못 이뤄도 아시겠지요

  혼자서 고즈넉이 마음 닦으면

  제비꽃 또는 모란꽃처럼

  그 안에 뉘 모습 어리우는지

 

  황홀의 둘레 이루며 깨며

  보랏빛 또는 선홍빛으로

  울에도 들에도 놓으신 향내,

  피었다 지고 지고는 피고

 

  열 길 물 속 만 리 하늘

  메우고도 남는 임의 사랑은

  이슬아기 안고 업고 엮는 무지개

 

  끝내 못 이뤄도 아시겠지요

  언제 어디서나 마음 여미면

  그 안에 뉘의 모습 떠오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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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