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라는 말들 김육수 숲속에 걸친 빛들은 물러가고 어둠이 채워지는 산길로 저녁이라는 말들이 길게 드리운다 산모퉁이에 자그마한 집 굴뚝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는 환했던 낮과 저녁 사이에 태어난 말들, 그 수련한 말들은 허공의 빈 의자를 찾아간다 산 그림자가 지워진 저녁 하늘 풀벌레 울음소리가 오두막에 쉬고 있는 한낮의 말들을 지우고 저녁이라는 말들이 울고 있다 어깨를 다독이는 달빛을 품고 소로小路로 가는 상처 난 영혼들 걷는 발걸음 소리조차 부담스러워 바람길 따라 침묵 속에 간다 아직은 밤이라고 말할 수 없는 물렁물렁한 저녁의 말들이 허공의 빈 의자를 채우고 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김육수의 첫 시집 시편들을 독서하면서 느끼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