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거리
박남희
흘러내리는 것은 흘러내리게 그냥 둔다
잠시 노을이라고 생각했다가 눈물이라고 생각했다가
폭포라고 생각했다가 꽃이라고 생각했다가
분주한 것들은 분주한 대로 그냥 둔다
이곳은 마음의 거리이므로,
무엇이면 어떠랴
잠시 글썽이며 중력이 보여주는 마술
꽃이 그랬다, 잠시 허리가 휘었다
닥쳐올 이별이래도
구름이 흘러내리면 비가 된다
비는 지상이 숨겨놓은 모든 싹들을
불온한 손으로 적발한다,
적발해서 위태로운 쪽으로 풀어놓는다
그리움도 이왕이면 강이 되거라
철없이 지느러미를 거슬러 오르는 강
한때 내 사춘기도 이곳으로 흘러내린 적이 있다
까만 머리 깃 분홍 볼을 타고
어디론가 까닭 없이 뛰어가던 햇빛을 본 적이 있다
그러다 종종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었다
이곳에는 늘 햇빛이 눈부셨으므로,
네가 없는 그것으로
반짝이며 강이 흘러간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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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사람』 2020-가을호 <poem & poetry> 에서
* 박남이/ 1996년 ⟪경인일보⟫ &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폐차장 근처』 『고장난 아침』외, 평론집 『존재와 거울의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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