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낮술을 마시다가 2

검지 정숙자 2020. 5. 24. 16:35

 

 

    낮술을 마시다가 2

 

    정바름

 

 

  내가 어쩌다 다음 생에 개로 환생한들

  그 개가

  나는 한때 정바름이었노라고

  전생의 업보로 개가 되었노라고

  목줄에 묶여 끙끙대며

  전생을 그리워할 텐가

 

  지난 생에 혹 개였을지도 모르는 내가

  이승에 사람으로 환생했다 한들

  나는 한때 어느 담벼락에 묶여 있던

  그 누렁이 개였노라고

  전생을 더듬어 참회라도 할 텐가

 

  구절사 대웅전에서

  드디어 환생의 고리를 끊었다는

  어쩌면 전생에 개였을지도 모르는

  석존과 마주 앉아

  나는 어디서 왔나 부질없이 묻다가

 

  속세로 내려오는 길

  부처님도 어기적 뒤따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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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에』 2020-여름호 <시에 시> 에서

  * 정바름/ 충북 영동 출생, 1993년 『한국시』로 등단, 시집 『사랑은 어둠보다 깊다』 『빛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