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을 마시다가 2
정바름
내가 어쩌다 다음 생에 개로 환생한들
그 개가
나는 한때 정바름이었노라고
전생의 업보로 개가 되었노라고
목줄에 묶여 끙끙대며
전생을 그리워할 텐가
지난 생에 혹 개였을지도 모르는 내가
이승에 사람으로 환생했다 한들
나는 한때 어느 담벼락에 묶여 있던
그 누렁이 개였노라고
전생을 더듬어 참회라도 할 텐가
구절사 대웅전에서
드디어 환생의 고리를 끊었다는
어쩌면 전생에 개였을지도 모르는
석존과 마주 앉아
나는 어디서 왔나 부질없이 묻다가
속세로 내려오는 길
부처님도 어기적 뒤따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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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 2020-여름호 <시에 시> 에서
* 정바름/ 충북 영동 출생, 1993년 『한국시』로 등단, 시집 『사랑은 어둠보다 깊다』 『빛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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