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가난한 이사/ 전윤호

검지 정숙자 2020. 3. 1. 20:43



    가난한 이사


    전윤호



  이미 떠난 사람 꿈은

  깨면 한 구석이 허전하지

  아침 약이 늘고

  매일 깜빡하는 머리도 비어가는 중

  한 번에 끝나는 이사는 안 돼

  빚이 남았거든

  서둘지 않아도 갈 집은 비어 있으니

  조금씩 짐을 옮기네

  슬픔을 상자에 넣어 옮겼으니

  오늘은 많이 가벼워

  조금만 더 머물렀으면

  그러니 재촉하지 말렴

  가난해도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아직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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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사람』 2020-봄호 <peom & poetry> 에서

  * 전윤호/ 1991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정선』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