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새의 말/ 김현숙

검지 정숙자 2019. 10. 6. 02:58

 

    새의 말

 

    김현숙

 

 

  새 한 마리

  새벽 옆을 지나다가

  화정천동로1안길 19 창문 안으로

  "하, 하, 하" 말을 던진다

 

  내 생애 푸른 나무였을 때

  머리 위 날아다니던 그 노랫말

  가파른 고갯길 올라갈 때는

  내 속 졸졸 흘러내린 눈물인데

  오늘은 무슨 말일까

  노래를 지나 슬픔을 돌아온

  웃음소리인가

 

  밤새 닦아둔 맑은 해 옆으로

  스치는 저 짱짱한 목소리

  푸른 말씨 한 줄

  천지간에 저 새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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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아들의 바다』에서/ 2019. 6. 30. <시와시학> 펴냄

  * 김현숙/ 1947년 경북 상주 출생, 1982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유리구슬 꿰는 사람』『소리 날아오르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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