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식욕
강서완
처마 끝 제비집에 침범한 구렁이는
세 마리의 새끼를 먹었고
나의 냉동고에는 쇠고기 육백 그램과
언 닭다리 한 봉지가 있어요
양식으로 불릴 때 사체는 신성하죠
석류 한 잎 깨문 입처럼
진자리 모르는 붉은 꽃잎은
라라, 즐거워요
잘근잘근 부순 꽃의 살점이
나의 내장을 순례하네요
나는 날마다 너이고,
나를 먹은 너이고
나를 뒤쫓는 너를 먹는 거룩함에
라라, 속도가 붙어요
툰드라 유르트 위에
하루가 하루치의 피를 쏟을 때
아프리카 초원을 질주하는 어린 누의 공포는
KTX 속도로 내달리는 표범의 눈망울에
어찌하여 꽃으로 피어날까요
* 웹 월간 詩 '젊은시인들 7' <하늘 자전거>에서/ 2011.10.30 시와사상사 펴냄
* 경기 안성 출생, 2008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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