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를 경배하라
이영혜
“<급구> 주방 이모 구함”
자주 가는 고깃집에서 애타게 이모를 찾고 있다
고모(姑母)는 아니고 반드시 이모(姨母)다
언제부턴가 아줌마가 사라진 자리에 이모가 등장했다
시장에서도, 음식점에서도, 병원에서도 이모가 대세다
단군자손의 모계가 다 한 피로 섞여
외족, 처족이 되었다는 말인지
그러고 보니 두 동생들 집 어린 조카들도 모두
늙수그레한 육아도우미의 꽁무니를 이모 이모하며 따라다닌다
이모(姨母)란 어머니의 여자 형제를 일컫는 말이니
분명 이모는 난데
이모(二母), 이모(異母), 이모(易母)?
그렇다면 신모계사회의 도래가 임박했다는 것인데?
“이모, 여기 참이슬 한 병”을 외치는 도시유목민,
저 사내들의 눈빛이 처연하다
왁자지껄, 연기 자욱한 삼겹살집은 언제나
모계씨족사회의 한마당 축제날
젖통 출렁이며 가위를 휘두르고 뛰어다니는
절대 권력의 저 여전사,
싱싱한 사냥감을 토기 가득 담아내올 것 같아
나도 한 번 “이모 여기요”하고 손을 들어본다
바야흐로 여족장의 평화로운 치세가 시작되었다
이모를 경배하라!
*『동국시집_2011년판』에서/ 2011.5.25 <문학아카데미>펴냄
* 이영혜/ ( )출생, 2008년『불교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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