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김경주

검지 정숙자 2011. 11. 15. 23:18

 

 

   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김경주

 

 

  깊은 곳에서 자란 살들은 차다

 

  고등어를 굽다 보면 제일 먼저 고등어의 입이 벌

어진다 아...하고 벌어진다 주룩주룩 입에서 검은

허구들이 흘러나온다 찬 총알 하나가 불 속에서 울

고 있듯이 몸 안의 해저를 천천히 쏟아낸다 등뼈가

불을 부풀리다가 녹아내린다

 

  토막을 썰어놓고 둘러앉아 보라색들이 밥을 먹는다

  뼈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운 후 입 안의 비린내를

품고 잠든다

  이불 밖으로 머리를 내놓고 보라색 입을 쩝쩝거린다

 

  어머니 지느러미로 바닥을 치며 등뼈를 세우고 있

다 침 좀 그만 흘리세요 어머니 얘야 널 생각하면 눈

을 제대로 못감겠구나 옆구리가 벌어지면서 보라색

욕창이 흘러나온다 어머니 더 이상 혀가 가라앉았다

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 몸에 물을 뿌려주

며 혀가 가슴으로 헤엄쳐가는 언어 하나를 찾았다

생이 꼬리를 보여줄 때 나는 몸을 잘랐다

 

  심해 속에 가라앉아 어머니 조용히 보라색 공기를

뱉고 있다 고등어가 울고 있다

 

 

  *웹 월간 詩  '젊은시인들 7' <하늘 자전거>에서 /21011.10.30 시와사상사 펴냄 

  *김경주/ 전남 광주 출생, 2003년 <대한매일>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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