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최민초_ 명작의 자리/ 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검지 정숙자 2019. 6. 2. 13:24

 

   

<『월간문학』2019-6월호 / 명작의 자리>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최민초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청동리에서 태어난 이효석(1942-1907, 35세)은 교편을 잡은 아버지를 따라 두 살 무렵, 서울에 거주하다가 2년 뒤 가족과 함께 봉평으로 와서 서당에 다닌다. 봉평과 서울을 오가며 유년기를 보낸 그는 물놀이와 고기잡이, 머루와 다래 등을 따 먹으며 자연과의 친화력을 기르고, 서울에서는 영화인, 연극인, 문인들과 교류한다. 경성제국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숭실전문학교 교수직을 맡으면서 잠시 행복한 생활을 누렸으나 아내와 처남을 차례로 잃는 아픔을 겪는다.

 

  김기림, 이태준, 정지용 등과 <구인회>를 창립한 그는 「도시의 유령」「노령근해」「상륙」「행진곡」「기우」「장미 병들다」「화분」「분녀」「산협」「개살구」등 많은 작품을 남긴다. 총독부 경무국에 근무할 때 카프 계열의 청년에게 '너도 개가 다 되었구나' 하는 봉변을 당하고 몹시 괴로워하다가 새로운 창작 노선을 모색한다. 그 후에 쓴 작품이 「메밀꽃 필 무렵」이다. 이 작품은 이데올로기를 배제한, 오직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의 밑바닥에 깔린 성 문제를 다룬 명작으로 꼽히고 있다.

 

 

  산허리가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작품 중에서 드물게 민족의식이 배인 「은은한 빛」에서는 고구려의 고검古劍을 탐낸 일본인 박물관장이 거액의 거래를 요구하는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아들)은 아버지에게 거절 의사를 밝히라고 한다.

 

 

  그 물건의 가치를 알지 못하면 이 땅에 태어난 걸 수치로 알아야 합니다. 그건 오랜 영혼의 소립니다. 천년 뒤에까지 남아서, 옛 자랑을 남아서 하려는 것이지요.(「은은한 빛」부분)

 

 

  그는 서른여섯 살의 생을 마감한다. 빈궁한 살림에도 커피를 즐기고 장미와 모차르트를 좋아하고 이국 정취에 빠진 것은 어머니를 일찍 여읜 그 공허감을 채우려는 안간힘이 아니었을까 여겨진다. 그가 좀 더 살았더라면 더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겼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이효석 선양회에 의해 이효석문학관은 날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최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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