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눈물 흔/ 최류빈

검지 정숙자 2018. 6. 24. 03:41

 

 

  눈물 흔

 

  최류빈

 

 

보았다. 둥그런 안구의 방 속에 숨어 구형 렌즈 이리저리 비추는

천사를

언제까지고 내 안에 천사가 산다는 건 비밀이었다.

 

은반 위 홀로 혼탁한 검은 동공은 녹아버린 천사다. 까만 세상을

온 몸으로 보려 까맣게 몸 녹인

추락하는 시선은 정체가 탄로 날까 두려운 놈, 창가 셔터를 내린

거다.

 

마주보는 순간은 언제까지고 영원한 거다. 사진을 찍듯 눈을

깜빡이니까. 셔터에 담긴 당신이 영원할 것 같다.

 

방은 눈썹을 기와삼아 덮는다. 용마루 위에 쌓인 눈은 천사

의 제국에서 몰려온 빛의 차사, 밤새 기와에 쌓인 눈을 가져와

눈물언덕*에 모아놓는다.

 

나를 보면서 왈칵 쏟아지는 사람 보았다. 마주한 당신을 비추는

나 또한 낭만적이다.

 

울음의 작동 원리는 이렇다. 전신에 어둑한 슬픔 온종일 방황

하다 손끝 발끝으로 울지 못하는 나,

하얀 놈이 대신 운다. 구형의 방에 눈물이 가득 차 놈은 익사

의 위험을 견딘 거다.

 

나 대신 울어주는 그대 눈동자는 뜨겁게 바라보는 것들을 포착

한다.

당신 날개 뼈를 보라 날개 붙었던 자국 선명한.

  -전문-

 

 * 눈물언덕, 눈 안쪽에 볼록 튀어나와 있는 부위의 속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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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장미 씨, 정오에 피어줄 수 있나요』에서/ 2018. 5. 25. <포엠포엠> 펴냄

  * 최류빈/ 1993년 전북 출생, 2017년 『포엠포엠』으로 등단, 시집 『오렌지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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