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서 주소를 찾다
정숙자
구름 한 점 풀린다
여기저기 묻혀 있던 풀씨들이 쑥쑥 자라
천수천안 가득히 햇살을 끌어들인다
봄 여름, 어른과 아이, 색색깔 상여와 흰 상여가
가뭇없이 사라지고 또 나부끼고
휘파람 한 오리 꺾어 날리며
자전거와 청년과 비뚜로 쓴 밀짚모자가 바람 순한
언덕을 미끄러진다
산으로 흐른 유년의 온갖 지느러미들
방죽 물에 꾸깃꾸깃 메모리 되고
그 시절 간절히 그리운 이는 먼 길 돌아와서는
풍덩! 더없이 먼 길을 뜨기도 한다
무엇에 쫓겨 여태도 너는 밖으로 돌며 탔단 말인가?
삼사십 년 저 너머에서 '쌔앵' 돌멩이가
날아와 팔매 꽂힌다
어느 누구의 발길이라도
둥그렇게- 둥그렇게- 두웅- 그렇게-
어루만지는 물신선의 정오의 긍정 앞에서
네 원은 지름이 너무 길었나 보다
둥그렇게- 둥그렇게- 두웅- 그렇게- 손사래 치며
오랜 꿈 고리 벗겨 평장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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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시 낭송》 2000년 4월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그리워서』 『이 화려한 침묵』『사랑을 느낄 때 나의 마음은 무너진다』『감성채집기』『정읍사의 달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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