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김명순(1896-1951, 55세)
조선아 내가 너를 영결永訣할 때
개천가에 고꾸라졌던지 들에 피 뽑았던지
죽은 시체에게라도 더 학대해다오.
그래도 부족하거든
이다음에 나 같은 사람이 나더라도
할 수만 있는 대로 또 학대해보아라
그러면 서로 미워하는 우리는 영영 작별된다
이 사나운 곳아 사나운 곳아.
-전문-
▣ 김명순은 1917년 『청춘』의 현상문예 모집에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가 당선,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최초의 여성 소설가가 되었다. 김명순의 등장은 한국 근대문학이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에 의해서도 주도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1917년은 한국 근대 소설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광수의 「무정」이 《매일신보》에 연재된 해이기도 하므로, 그의 등장은 한층 더 주목된다. 김명순은 문단에 진출한 뒤 본명과 망양초望洋草, 茫洋草, 탄실彈實, 망양생望洋生등의 필명을 사용하면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했다. 그 결과 2008년 12월 현재까지 필자가 발굴한 바에 따르면 시 84편, 번역시 9편, 소설 19편, 번역소설 1편, 산문 20편, 각본 1편 등 총 135편의 작품을 남겼다. 작품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여건 속에서 거둔 실로 놀라운 성과이다.(「김명순 시와 희곡의 여성성」p.64(시:유언). / p. 56(도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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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문재 『여성시의 대문자』(푸른사상 한국문학 비평선 7) 에서/ 2011.12.30.<푸른사상사>펴냄
* 맹문재孟文在/ 1963년 충북 단양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졸업. 시론 및 비평집 『한국 민중시 문학사』『패스카드 시대의 휴머니즘 시』『지식인 시의 대상애』『현대시의 성숙과 지향』『시학의 변주』『만인보의 시학』, 편저 『페미니즘과 에로티즘 문학』(공편), 『박인환 전집』『김명순 전집-시 · 희곡』등, 전국 노동자문학회 매체인 『삶글』을 비롯해 『부천작가』『시작』『삶과 문화』등의 창간과 주간을 맡았다. 현재 안양대 국문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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