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기질
박향숙
너른 벌판이 있고 야산이 있지요
초가집 기와집 양철집들도 있고
펄밭 속의 갈대군락 전설밭의 향나무 입상
해묵은 채석장이 보여요
하늘에는 아무 기호도 없지요
그러니 뭉게구름은 더더욱 없어요
파아란 신비함 그대로지요
저물녘 어디선가 연기가 피어오르고
망우리에 있던 삼표 연탄 같은 탈만큼 탄
연탄재도 나뒹굴고 있어요
묘한 곳이죠 6시 이후엔
개미 한 마리도 움쩍 안한데요
그 적막을 놀리듯 개 짖는 소리 들려요
섬이라는 이름하에 육지예요
평원의 사막을 이루는 대륙처럼
썰물 된 바다 창은 피안의 세계죠
그 섬의 크기도 모르는 자는
육지에서 살고 있어요
습관처럼 깜박 잊은 것이 있어요
일본 영화 러브레터 본따서
두어마디 서너마디 지르고 싶었어요
허공에다 허무하게 소리쳐
*시집 『아버지의 분홍일기장』에서/ 2011.2.28<심상>펴냄
*박향숙/ 서울 출생, 2000년 『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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