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소리신문》 2018_ 신년詩
죄송해요, 하나님
정숙자
이렇게도 깨끗한 태양 다시 떴는데
죄송해요, 하나님
아물지 않은 상처를 안고
기도문 외우는 첫 날입니다
손 모으기도 부끄러운 첫 날입니다
시인은 시보다 먼저 마음을 써야 했건만
딴은, 시인이 아닌 그 누구라도
먼저 마음을 다스리고 펴야 했건만
뉴스를 틀면 싸움뿐
책을 펼치면 어둠만이 가득합니다
세상에 없는 문 어찌어찌 스스로 열고
순식간에 삶을 빠져나가는 목숨들…
죄송해요, 하나님
더 이상 얼굴을 들 수도 없으리만치
당신을 아프게 한 저희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아들이라 품고 쓰다듬으며
한없는 자랑으로 기다리시겠지요
죄송해요, 하나님
올해는 힘껏 눈물을 재워볼게요
등불을 켜주세요, 사랑하는 나의 아버님
-----------
*《들소리신문》[1653호]송구영신호 / 2017.12.31~2018.1.7(일)
*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뿌리 깊은 달』외
*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권두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집후기(일부)/ 다층 2017년 겨울호 (0) | 2018.01.18 |
---|---|
참된 인내의 걸음/ 정찬양(기자) (0) | 2018.01.13 |
편집후기(일부)/ 문학사상 2017년 12월호 (0) | 2017.12.29 |
『문학사상』2017-12월호 커버스토리(발췌)/ 생태학자 : 최재천(崔在天) (0) | 2017.12.29 |
부고_조정권 시인 별세, 향년 68세 (0) | 2017.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