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난곬族
백석(1912~1995, 83세)
명절날나는엄매아베따라 우리집개는 나를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있
는 큰집으로가면
열굴에별자국이솜솜난 말수와같이눈도껌벅이는 하로에베한필을짠다는
벌하나건너집에 복숭아나무가많은 新里고무 고무의딸李女 작은李女
열여섯에 四十이넘은홀아비의 후처가된 포족족하니 성이잘나는 살빛이매
감탕같은입술과 젖꼭지는더깜안 예수쟁이마을가까이사는 土山고무 고무의
딸承女 아들承동이
六十理라고해서 파랗게뵈이는山을 넘어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된 코끝이
빩안 언제나힌옷이정하든 말끝에설게 눈물을짤때가많은 큰곬고무 고무의딸
洪女 아들洪동이
배나무접을잘하는 주정을하면 토방돌을뽑는 오리치를잘놓는 먼섬에 반디
젓닭으로가기를좋아하는삼춘 삼춘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
이그득히들 할머니할아버지가있는 안간에들뫃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내
음새가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내음새도나고 끼때의두부와 콩나물과 뽁운
잔디와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모두 선득선득하니 찬것들이다
저녁술을놓은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달린 배나무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타고 시집가는노름 말타고장가가
는 노름을하고 이렇게 밤이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깊어가는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웃고 이야기하고 아
이들은 아이들끼리 웋간한방을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굴리고 바리깨돌림하
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화디의사기방동에 심지를 멫번
이나독구고 홍게닭이멫번이나울어서 조름이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하
며 히드득거리다 잠이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그림자가치는아츰 시누
이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
게국을끄리는 맛있는내음새가 올라오도록잔다
-전문-
▶ 혈연공동체의 제의와 풍속의 재현(발췌)- 조연향
'여우난곬族'은 여우가 나온 골짜기라는 의미의 지명으로, 신비로움이 묻어나오는 깊숙한 산골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위 제목에 붙여진 '族'은 겨레, 가계, 즉 그곳에 모여서 사는 무리를 뜻하는데, 특정한 개인을 넘어서서 공동체를 이룬 민족의 일원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민족의 일원은 대부분 일반적으로 문화적, 언어적, 종교적 기원을 공유하는 역사적 연속성에 놓여 있다. 이 시는 '여우난곬'에 사는 '族'의 삶을 서사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서구 지향적 상상력이 지배하던 식민지하에서 민족의 전통적 공동체적 문화를 온전히 지켰던 공동체의 정서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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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문학연구총서『김소월 백석 시의 민속성』2013.2.5. <푸른사상>펴냄
* 조연향/ 1954년 경북 영천 출생, 1994년 《경남신문》신춘문예, 2000년 『시와 시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제1초소 새들 날아가다』『오목눈숲새 이야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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