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구공탄
박재화
처마를 때리는 눈설레 아래 연탄불 갈며
구멍 맞추면 타박 맞았다
설핏 어긋나게 갈아야 오래 타니
방은 비록 따숩지 않아도 냉기만 가시면 되니
연탄 갈 땐 일부러 구멍을 비껴나게 했다
아주 어긋나면 꺼지니 살짝 비뚜로 하고
오래 불기운 이어주면 칭찬받았다
세상에 과녁 맞히지 않고
레시피 제대로 따르지 않아도
박수받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밤마다 파김치 되어 귀가하던 홀어머니
주인집 깰까봐 낮은 칭찬으로 알았다
십구공탄 몇 장 배추 몇 포기로
잦아들던 겨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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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2017-여름호 <신작시>에서
* 박재화/ 1984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都市의 말』『먼지가 아름답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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