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십구공탄/ 박재화

검지 정숙자 2017. 6. 20. 01:39

 

 

    십구공탄

 

    박재화

 

 

  처마를 때리는 눈설레 아래 연탄불 갈며

  구멍 맞추면 타박 맞았다

  설핏 어긋나게 갈아야 오래 타니

  방은 비록 따숩지 않아도 냉기만 가시면 되니

  연탄 갈 땐 일부러 구멍을 비껴나게 했다

  아주 어긋나면 꺼지니 살짝 비뚜로 하고

  오래 불기운 이어주면 칭찬받았다

  세상에 과녁 맞히지 않고

  레시피 제대로 따르지 않아도

  박수받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밤마다 파김치 되어 귀가하던 홀어머니

  주인집 깰까봐 낮은 칭찬으로 알았다

 

  십구공탄 몇 장 배추 몇 포기로

  잦아들던 겨울들

 

     ----------------

   *『리토피아』2017-여름호 <신작시>에서

   * 박재화/ 1984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都市의 말』『먼지가 아름답다』등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등에 기대 잠이 들었지/ 길상호  (0) 2017.06.20
못/ 최호일  (0) 2017.06.20
보름/ 강시현  (0) 2017.06.20
느티나무 그늘/ 이정오  (0) 2017.06.19
겨울 생각 2/ 김밝은  (0) 2017.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