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이 노트

거리/ 지민석 · 유귀선

검지 정숙자 2017. 3. 9. 12:11

 

 

     거리

 

    지민석 · 유귀선|혜란 그림

 

 

  너와 함께 걸었던 거리를

  아직도 추억하며 찾아오는

  내가 너무 안쓰러워. 

 

  우리는 이미 다 끝난 사이인데 왜 미련하게

  아직도 혹시나 마주치지 않을까

  하고 그 거리를 찾을까.

  그때 그 추억을 회상해도 못 돌아갈 걸 알면서.

 

  홀로 걷는 거리에서

  그때의 우리를 마주칠 때엔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

 

  이 거리에서 당신을 우연이라도 마주친다면

  그때의 우리처럼 미소 지을 수 있을까.

 

  아니면 함께 손을 잡고 걷던 이 거리에서

  눈조차 마주하지 못한 채 지나쳐야 할까.

 

  난 아직 우리가 손을 잡는 꿈을 꿔.

  이 거리를 걸을 때엔

  아직 난 당신의 손을 잡고 있어.

 

  당신 없이 난 당신의 손을 잡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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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성 에세이 『너의 안부를 묻는 밤』2016.5.20. <박하>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