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 발표>
당선작 없음
『시로여는세상』상반기 신인상에 총 167명의 응모작이 접수되었다. 그중 예심을 통과한 작품으로 10명이 선정되었으나, 예심위원들은 토론 끝에 본심에 올릴 작품이 여러 가지 면에서 마뜩잖다고 판단되어 '당선작 없음'으로 결정했다. 전년도의 작품을 뛰어넘는, 적어도 육박하는 작품의 부재에 심사하는 내내 아쉬울 따름이었다. 칼을 차고 달을 베러 산에 오르는 패기나, 눈이 뒤통수에 붙어있는 괴물 같은 개성이 눈에 띄지 않아 등단작으로 올리기엔 무리라는 공통된 의견이 있었다.
신춘문예는 물론이고 신인상을 뽑는 문예지마다 고유한 심사 기준이 있겠지만, 본 잡지는 낯설고 거칠더라도 세계를 전복시키는 위험한 실험 정신을 크게 존중하고 있다. 10년 전의 신인상과 지금의 신인상이 쌀에 섞여 있는 쌀처럼 거의 유사하다면 얼마나 시의 역사는 흥미 없고 지루한 일인가!
응모작을 보니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우선 기본 함량에 미달된 시를 들 수 있는데, 시의 꼴을 위장해 굳이 시라고 박박 우기는 작품들이 있어, 이분들에게는 밤을 까맣게 지새우는 절차탁마의 시간을 더 드리고 싶었다. 다음의 부류는 소위 말하는 '문화원적인 강습' 끝에 만들어진 시인데, 너무 매끄럽고 하나같이 잘 생겼다. 봄 복숭아밭의 화사한 복사꽃 같았지만, 그것을 훔치고 싶은 욕심은 들지 않았다. 두 부류 모두 복숭아밭을 뛰어나온 뱀처럼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리하여 머리도 없고 몸도 없고 물론 꼬리도 없는, 없지만 존재하는, 그런 야생의 시를 자갈밭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 잡지의 고유한 '편집 방향'임을 밝힌다. 정진을 바라고, 응오에 참여해 주신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들린다. 예심을 통과한 열 분의 작품 제목은 다음과 같다.
「오르페우스의 자기 응시」외 9편
「당신의 태풍은 안녕하신가」외 9편
「우리는 우리를 창밖으로 던졌다」외 9편
「10분」외 9편
「흙의 뇌」외 9편
「곤이」외 9편
「바늘」외 9편
「희귀병 혹은 무제」외 9편
「피노키오! 내게로 와줘」외 9편
「주사위 바늘」외 9편
- 『시로여는세상』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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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여는세상』 2017-봄호 <신인상 발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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