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날
전승환
울고 싶었다
세상의 모든 아픔을 내가 가진 듯
그렇게 울고 싶었다.
오랫동안 녹지 않는 만년설처럼
나의 아픔이 녹지 않은 채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울고 나면 괜찮을 것이다.
어디에도 마음 놓고 울 곳이 없고
어디에도 깊은 말을 토해 낼 사람이 없더라도
그렇게 울고 나면 괜찮을 것이다
나의 눈물을 따뜻하게 바라봐 줄 누군가가
나의 아픔을 너그럽게 위로해 줄 누군가가
그렇게 울고 나면 나란히 옆에 있어 줄 것이다.
나의 아픔이 눈물로 전부 녹아내리진 않겠지만
분명 누군가는 날 위로해 줄 거라 믿는다.
그 믿음이 나를 또 살게 하는 힘이 될 테니
나는 그렇게 울고,
그렇게 울고 싶었다.
당신도 울고 싶은 날이 있죠? 그래요, 우리 참 많은 일들에 힘들었잖아요. 사소한 일부터 쓰러져 일어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까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애쓰며 살아왔어요. 혼자 울고 싶었지만 울 수 없었던 날들, 마음이 아프지만 표현할 수 없었던 날들, 위로가 필요하지만 어떤 위로도 나를 토닥여 줄 수 없었던 날들, 그런 날들을 버텨 왔기에 우리의 마음은 너무나 지쳐 있어요. 상처투성이의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어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어딘가에 숨어 아파하지 않았나요. 그렇게 울어 버리기에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졌나요. 다친 마음을 드러내기 두려웠나요.
힘들 때는 힘들다고, 아플 때는 아프다고 말해 봐요. 슬퍼서 눈물이 날 때는 주르륵 눈물을 흘려도 괜찮아요. 몇 번이나 울고 싶었던 것을 참고 살아오지는 않았나요.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어려움이 밀려올 때 참지 말고 표현해 보세요.
분명,
누군가가 따뜻한 어깨를 빌려주며
나의 마음을 쓰다듬어 줄 거예요.
누군가가 건네는 따뜻한 손길이
당신을 버티게 해 줄 거예요.
----------------
* 책 읽어주는 남자의 토닥토닥 에세이『나에게 고맙다』에서/ 2016.6.22. 초판 1쇄 발행/ 2016.10.5. 초판 49쇄 발행 <(주)백도씨> 펴냄
* 전승환(필명: 전레오)/ 북 테라피스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채널에서「책 읽어주는 남자」로 매주 100만 명이 넘는 독자에게 아름다운 글과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음.
'수경이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이 쫓아온다/ 팝콘도둑 (0) | 2016.10.30 |
---|---|
걱정의 이유/ 전승환 (0) | 2016.10.27 |
슈퍼 슈퍼 슈퍼문/ 팝콘도둑 (0) | 2016.04.13 |
소나기/ 물감자국 (0) | 2016.04.13 |
살랑살랑 봄바람 부는 날에/ 팝콘도둑 (0) | 2015.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