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접사/ 이잠

검지 정숙자 2016. 9. 16. 21:51

 

 

     접사

 

    이잠

 

 

  집이 무너져내릴 때 안방에 살던 거미는 어찌 되었을까

  밥을 먹다가도 자려고 누웠다가도 불쑥 생각난다

  바다도 먼데 희한하게 게를 닮았던 거미

  사방무늬 천장에서 대대로 새끼 치며 살았을 털 달린 짐승

  다시 못 볼 사람처럼 나는 자꾸 그 놈만 찍어댔지

  다시 못 볼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는데

  숱한 기억들이 은거하던 마당의 넓적돌 밑 쥐며느리 굴

  닳고 닳은 마룻장에서 쭈뼛거리던 녹슨 못들

  벽지 안에서 부풀었다 꺼지기를 반복하던 한숨들

  침묵 속에서 깜빡이던 별빛들

  가장 추운 날 저녁의 경쾌한 숟가락질 소리

  하늘과 땅과 내가 마주 잡았던 온기

  끝내 간직하고 싶었던 것들 정면에 담지 못하고

  천장 귀퉁이에 매달린 거미만 찍었지

  거미에게 당겨 앉으면 사방이 온통 뿌옇게 흐려졌지

  다시 못 볼 것을 알기에 낱낱이 다 아름다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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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티카』 2016-하반기호 <시에티카 초대시>에서

  * 이잠/ 1995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해변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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