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사
이잠
집이 무너져내릴 때 안방에 살던 거미는 어찌 되었을까
밥을 먹다가도 자려고 누웠다가도 불쑥 생각난다
바다도 먼데 희한하게 게를 닮았던 거미
사방무늬 천장에서 대대로 새끼 치며 살았을 털 달린 짐승
다시 못 볼 사람처럼 나는 자꾸 그 놈만 찍어댔지
다시 못 볼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는데
숱한 기억들이 은거하던 마당의 넓적돌 밑 쥐며느리 굴
닳고 닳은 마룻장에서 쭈뼛거리던 녹슨 못들
벽지 안에서 부풀었다 꺼지기를 반복하던 한숨들
침묵 속에서 깜빡이던 별빛들
가장 추운 날 저녁의 경쾌한 숟가락질 소리
하늘과 땅과 내가 마주 잡았던 온기
끝내 간직하고 싶었던 것들 정면에 담지 못하고
천장 귀퉁이에 매달린 거미만 찍었지
거미에게 당겨 앉으면 사방이 온통 뿌옇게 흐려졌지
다시 못 볼 것을 알기에 낱낱이 다 아름다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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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티카』 2016-하반기호 <시에티카 초대시>에서
* 이잠/ 1995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해변의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