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본질
정숙자
나부끼지 않으면 꿈 아니다
기다리지 않으면 봄 아니다
구겨지지 않으면 호수 아니다
흔들리지 않으면 사랑 아니다
-전문-
▶ 꿈은 깃발 같은 것인가 봐요 _ 이신(시인)
바람에 날려갈듯 하지만 목표와 희망이라는 것에 묶여서 날아가지는 않고, 다만 언제까지나 날리고 있으니 말이에요.
봄은 그냥 봄이 아니죠. 봄이란 어두운 나무와 마른 잎들이 갈색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마치 무채색의 세계에서 나무나 풀이나 사람이나 제각기 원하는 색들을 찾는 시간, 또는 맹수와 같이 살갗을 할퀴던 추위로부터의 해방, 결빙된 강물 속의 고기들이 마음껏 수면 위로 뛰어 오를 수 있는 시간, 부활하는 봄은 매번 그렇게 새로운 세계가 되곤 합니다. 태동의 시간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고, 기다려지는 시간이 아니라면 아예 그것은 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호수의 물은 ‘줄었다 불었다’를 반복합니다. 호수란 산 위의 물들이 작은 내를 이루며 들을 지나 잠시 모이는 곳,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 곳. 더러워지기도 하고 수위가 내려가거나 불어나기도 하면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합니다, 바다와 같이(목마른 순간 없이) 늘 충만하다면, 그건 우리의 애환과 닮아 있지 않기에 삶의 본질이 아니라는 뜻으로 느껴집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항상 흔들리고 출렁이고 부딪히며 잎과 꽃을 떨구는 푸나무와 같은 것으로 여기는 시인의 마음이군요. 꿈과 봄과 호수와 사랑, 이 시는 줄곧 “않으면 (…) 아니다”의 문장으로 이어지는데, 재미있는 것은 문장이 어렵지 않으므로 독자께서도 나름대로의 생각을 쉽게 덧붙일 수 있을 거라는 제 생각입니다. 어쨌거나 시는 하나의 작품이므로 꿈, 봄, 호수, 사랑을 '진짜 완성된 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상상을 좀 더 보태셔야 되겠네요. 예를 들자면 사랑은, 꿈과 봄과 호수를 모두 껴안고 있는 '세상의 본질'이라고 정의한다면 조금은 어렵지 않을 듯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자면 꿈, 봄, 호수, 사랑… 이 모두가 흔들리고 나부끼고 구겨지고 기다리고… 그런 게 바로 우리네 삶의 본질이니까 현실이 고통스러울지라도 인내하자는 뜻을 은유했다고 보여지기도 하네요. 이쯤에서 다른 시인님들께서 댓글로 의견을 피력하여 주신다면 좋겠는데요, 많은 의견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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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시인들과 함께 읽는 시 band.us/@goodpoem
* 이신/ 전남 영광 출생, 2005년『시와 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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