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최설
눈이 내린다 내리면서 녹는다
기침 소리가 줄어들 때마다 그가 멀리 있구나 안심했다
폐가 굳어가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의사에게 꾸벅 인사
를 한다
눈은 어디 가고 부드러운 입술은 어디 가고 솜사탕 상자에는 딱딱한
덩어리만 남아 있다
죽음은 그렇게 천천히 습기를 빨아들이며 굳어가는 것
이 방 안은 이미 사막 나는 오래도록 모래 속에 얼굴을 묻고
아직 몸이 식지 않은 그를 냉동실에 집어 넣는다
꽃이 서툴게 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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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2016-4월호 <신작특집>에서
* 최설/ 2015년 『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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