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월/ 최설

검지 정숙자 2016. 5. 9. 18:37

 

 

    사월

 

    최설

 

 

  눈이 내린다 내리면서 녹는다

 

  기침 소리가 줄어들 때마다 그가 멀리 있구나 안심했다

 

  폐가 굳어가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의사에게 꾸벅 인사

를 한다

 

  눈은 어디 가고 부드러운 입술은 어디 가고 솜사탕 상자에는 딱딱한

덩어리만 남아 있다

 

  죽음은 그렇게 천천히 습기를 빨아들이며 굳어가는 것

 

  이 방 안은 이미 사막 나는 오래도록 모래 속에 얼굴을 묻고

 

  아직 몸이 식지 않은 그를 냉동실에 집어 넣는다

 

  꽃이 서툴게 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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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2016-4월호 <신작특집>에서

  * 최설/ 2015년 『현대시』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