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없다
신달자
내 눈물 뿌리 한 가닥
삼청공원에 심은 적 있다
소문에 지난 여름 삼청공원은 푸르다 했다
거기 푸른 만큼 어느 때보다 내게는 온몸이 가렵기만 했는데
싹은 돋지 않았고
내 눈물의 폐허 목말라 있었다
그간 나는 목을 헐어 울어야 할 일이 두어 건 있었으나
울음도 길을 잃었나, 내 안은 잦아지고 금이 가더니
우우우 섬뜩함만 남고 흐느낌은 누기마저 없었다
땅을 딛지 못해 휘청거리는 바람이 그 고요 안으로 섞여
가끔 부시럭거렸다
줄지어 선 울음들은 울컥울컥 저들끼리 어디로 몰려가는지
뚜껑 열 리 없는 마음 하나만
겨울밤 손 시린 고요 안에서
붉은 핏기만 안고 파르라니 떤다
백색 수면제 한 알을 털어 넣고
완전 수면을 기다리면서
소리 없는 울음을 따라가 보려 했으나
울음이 울음을 어디까지 따를 수 있겠는가
시대가 싸늘할수록 울음은 안으로만 흐르는 것이냐
시들하게 질문 하나 허공에 던지고
눈물방울만 한 어두운 방 안에 누워
손 구멍 난 한지 창문 사이 몸을 찢느라 손톱 세우는
면도날 바람이나 휘휘 쫓으며 밤을 보낸다
-『유심』( 2015.12.)
▶ 사라짐과 애틋함(발췌) : 이상호
이 시도 시대 문제를 다루었는데 시인은 반대로 '울음이 없다'는 제목을 통해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였다. 물론 '울음이 없다'는 것은 슬픔이 없는 상황, 즉 희극성을 뜻하지 않는다. 감성의 메마름, 또는 눈물마저 말라버리게 하는 각박한 세상과 인간관계에 관련된 냉정 · 비정 · 몰인정 · 인내 등등의으 존재 인식이나 태도와 동류항이다. 이에 궁극적 의미는 앞 시(김후란,「생각에 잠긴 별」『시인수첩』2015-겨울)와 상통하면서도 세계에 대한 묘사보다는 자아 성찰에 치중하고, 함축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 이른바 시적 모호성이 강화된 점은 다소 차별성을 갖는다. 그만큼 어떤 부분은 생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가령, 첫 연의 도입부 "내 눈물 뿌리 한 가닥"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눈물의 뿌리를 슬픔의 근원으로 볼 것인가 망설이게 된다. 다음 구절 "삼청공원"과 연결해보아도 쉽게 풀리지 않는다. 공원에서 경험한 어떤 상황에 기인된 것이라고 하면, 그것이 이별의 결과인지, 만남에 의한 기쁨의 결과인지, 자연을 통한 경이의 결과인지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눈물이 꼭 슬픔의 산물만은 아니다. 극한에서는 슬픔이 웃음으로, 기쁨은 눈물로 표현되기 일쑤이다. 이런 아이러니에 의해 이 작품에서 '눈물이 없다'고 표현한 것은 속으로는 통곡할 수밖에 없는 '싸늘한 시대'를 강조하고 대응하기 위한 표현법임을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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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수첩』2016-봄호 <계간시평>에서
* 이상호/ 1982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금환식』『휘발성』등이 있음. 대한민국문학상, 편운문학상, 한국시문학상 드 수상. 현재 한양대 한국언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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