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바빌로니아의 달/ 안웅선

검지 정숙자 2016. 4. 23. 00:53

 

 

    바빌로니아의 달

 

    안웅선

 

 

  푸른색을 구하기 위해 도공들이 놓아기르던 달

 

  연금술을 기도하고 뼈를 구워 점을 치던 그 평원에 꽃을

놓는다

 

  잊어야 할 것들의 이름을 생각하면 언제나 입술이 부드

럽게 떨린다

  내 머리 위에 가장 쓸모없는 돌

 

  나는 솟아나고 있다 아니 녹아내린다고

  해야 맞다 이 순간, 이라고 생각하면

  언제나

  유성들이 쏟아져 내리는 그건 거인이 휘파람을 부는

  풍차가 있는 언덕

 

  겁이 너무 많아서 그래 지구의 모든 지식들 그의 자식들

  아직 나는 조개껍데기가 왜 곡식을 대신해야 하는지 알

지 못하고

  나를 도시로 추방한 사람을 미워하지만

 

  그렇지만 너무 외로우면 어쩌나, 모두 녹아 버리면 어쩌나

  바닥에 가라앉은 마음에 조개들이 붙는다

 

  단순한 산수를 여러 번 틀린다 거슬러 받을 것이 없는데

자꾸

  거슬러 받고 있다고

 

  푸른 달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의 손 위에 조개껍질을 놓

으면

  다시,

  창세기를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파란』2016-봄호(1호) <poem>에서

  * 안웅선/ 2010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