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로니아의 달
안웅선
푸른색을 구하기 위해 도공들이 놓아기르던 달
연금술을 기도하고 뼈를 구워 점을 치던 그 평원에 꽃을
놓는다
잊어야 할 것들의 이름을 생각하면 언제나 입술이 부드
럽게 떨린다
내 머리 위에 가장 쓸모없는 돌
나는 솟아나고 있다 아니 녹아내린다고
해야 맞다 이 순간, 이라고 생각하면
언제나
유성들이 쏟아져 내리는 그건 거인이 휘파람을 부는
풍차가 있는 언덕
겁이 너무 많아서 그래 지구의 모든 지식들 그의 자식들
아직 나는 조개껍데기가 왜 곡식을 대신해야 하는지 알
지 못하고
나를 도시로 추방한 사람을 미워하지만
그렇지만 너무 외로우면 어쩌나, 모두 녹아 버리면 어쩌나
바닥에 가라앉은 마음에 조개들이 붙는다
단순한 산수를 여러 번 틀린다 거슬러 받을 것이 없는데
자꾸
거슬러 받고 있다고
푸른 달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의 손 위에 조개껍질을 놓
으면
다시,
창세기를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파란』2016-봄호(1호) <poem>에서
* 안웅선/ 2010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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