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질 개요
정숙자
알맹이는 늘 <앞>에 있었다 <앞>은 우리의 삶을 태초부터 훈련시켰고 또 욕망케 했다 알맹이를 찾아 벗겨진 하루하루는 자그마한 알맹이가 되 기도 했고 더 큰 알맹이의 껍질이 되기도 했다 철커덩- 덜커덩- 먹구름 피워 올리며 보따리 실어 나르 던 그 옛날의 기차도, 보다 나은 알맹이를 찾아 열심히- 꾸준히- 달려 근육질이 된 것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일사분란한 바퀴와 바퀴- 단단히 조여 진 너트와 너트- 너른 창과 많은 좌석들- 바람 불고 비오는 날도 알록달록 우리의 <앞>을 열어주 었다 궤도 이탈은 금물 기차는 원근을 조율했다 후진의 경우에조차 <앞>을 위해 그런 거였다 많은 알갱이 중 한 알갱이를 찾아 혹은 딥다 큰 하나의 알 맹이를 찾아 강산도 적막도 가로질렀다 알맹이를 찾는 알갱이들은 그 자체로 빛나는 알맹이였다 해돋이에 섞인 기차는 또 한 해의 <앞>을 보았다 ▷시작노트: 정동진 해변에 풀린 우리는 두 눈을 높이 세운 바닷게였다. 파도에 발이 감기는 줄도 몰랐다. 그 아침의 태양은 아카식레코드(Akashic Records)에 희망어로 저장되리라. -『시안』 2007년 봄호 ----------------------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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