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려보는 파문 외 1편
한영미
미루나무 물그림자 어른거리는 연못에
돌을 던진다
파문이 일렁일지, 퍼질지
음 소거하고 상상하는 동안
이해할 수 없는 나의 퉁명이
제법 옴팡지다는 걸 알게 된다
찔끔 구름이 비췄으므로
마음은 부유물이 많아서 탁할 때가 있다
어수선하게 떠 있던 자존심도
가라앉으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나무는 가지 하나 늘어뜨려
그 속이 안녕한가,
동심원을 모으고있다
던져진 돌의 파문이 누군가에게 밀려갈 때
나도 그 주름일 수 있겠구나, 라는
변명에도 구차한 무게가 있다니
공연한 구름이어서
수면 아래 속내에 영향을 미친다
서식이라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자리 잡아주는 일이라고
비견할 만한 또 다른 파문을 내 안에 둔다
흔들려 깨진 어딘가에 누가 있다
-전문(p. 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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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이별
상자는 너에 대한 나의 두 마음
나의 두 마음이 너를 향한 확률
너는 살아서 빛나는 파란 눈을 보지 못하고
죽어서 굳게 내리감은 눈꺼풀을 본다
손을 넣어 등을 만져볼 기척도 없이
흔들어 깨워볼 겨를도 없이 너는,
죽음을 쓰다듬는다
쓰다듬는다 죽음을
그 순간부터 나는 고양이,
그에 걸맞는 이별의 자세가 된다
-전문(p.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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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시집 『슈뢰딩거의 이별』에서/ 2024. 7. 18. <문학의전당> 펴냄
* 한영미/ 서울 출생, 2019년『시산맥』으로 & 2020년 《영주일보》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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