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53
정숙자
책갈피에 끼울까 하고 낙엽 한 잎 주워듭니다. 낙엽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아 아니 아니야 안 돼…’ 그가 원하는 게 뭔지 잘 모르지만, ‘알았어’ 조심스레 제자리에 내려놓고는 저 또한, 제 갈 길 표표히 걸어갑니다. (1990. 10. 17.)
3·40년쯤 앞에서 누군가 저의 길을
돕고 있었던 듯합니다
고비 고비마다
3·40년쯤 앞에서 누군가 저의 길을
비춰주고 있었던 듯합니다
어둠의 분광기記라고 해도 될까요?
제가 발표한 모든 시와 산문
그 안쪽에 숨긴 투덜거림까지를,
3·40년쯤 앞에서 놓아준 낙엽과
나비와 잠자리, 여치와 풀무치들이…
그러지 않았을까요? 간절히
저 대신 기도하지 않았을까요?
-전문(p. 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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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4 여름(6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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