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9
정숙자
귀뚜라미가 발등에 올라옵니다. 이따금 바람이 지나갑니다. 가랑잎 같은 달이 높고도 고요합니다. 저리 아름다운 달은 하늘보다 강호의 기쁨입니다. 지금 이대로 몸에 이끼가 나도록 앉아 있고(만) 싶어집니다. 부르려던 가을 노래는 마디마디 투명하여 보이지도 아니합니다. (1990. 10. 9.)
아큐는 누구일까요?
이 사람 저 사람 그 사람(들)에게
저자에 나가 또, 또, 또···
먹히고, 파먹히고, 퍼-먹히는, 아큐는
제 가슴속에 돌아와 홀로 승리하는
제 무덤처럼 웅크려 홀로 오열하던
그는,
자살하지 않기 위해 제 삶의 시한을 하늘에 맡긴 야인. 혹은 우리가 알거나 모르는 갑남을녀, 장삼이사, 파란불 켜졌을 때 건널목 함께 건넌 ᄈᆞᆯ주노초ᄑᆞᄂᆞᆷ보 중 어떤 눈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물론 저도 얼음 낀 찰나를 함께 건너온- 함께 건너갈- 그림자일 수가 있고 말입니다.
-전문(p. 2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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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하우스』 2024-상반기(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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