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안녕은 무사입니까?/ 진혜진

검지 정숙자 2024. 4. 6. 01:41

 

    안녕은 무사입니까?

 

     진혜진

 

 

  무협지 속 우리는

  순간순간 죽지 못해 적이 됩니다

 

  권법을 정독한 고수가 아니라서

  말의 혈만 찌르는 자객들

  서로에게 긍정만 겨누지 못합니다

 

  태양 아래 우뚝 선 두 그림자 아래

  당신의 긍정과 나의 긍정은 방향이 달라

  말이 달리면

  온통 찢어지는 세상 같아

  우린 종로를 누비다 강호고등어구이집에서

  간신히 두 젓가락을 든 무사가 됩니다

 

  안녕의 맛이 이처럼 담백하니

  무적의 고등어를 오늘의 진정한 고수로 인정합시다

 

  말과 말을 거쳐 온 자객 하나, 자객 둘······

  안녕의 목이 계속 베입니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어렵다는 말 앞에서

  가장으로부터 멀어지는 당신

 

  안녕엔 착한 그림자와 착한 바람과 착한 지상이 필요한데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쓴 말들로

  무성한 무림은 계속되어

 

  우리의 안녕을 견딜 수 있겠습니까?

      -전문(p. 163-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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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년간 『미당문학』 2024-상반기(17)호 <신작시> 에서

  * 진혜진/ 2016년 ⟪경남신문⟫ &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포도에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