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부분
노자老子와 워즈워드의 자연관(부분)
김동수/ 시인 · 본지 발행인
노자는 주나라의 장서실에서 주하사柱下史의 일을 맡아 많은 책을 열람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정치권력을 둘러싼 인간의 온갖 추악상을 다 목격하게 되었다. 이 무렵 공자가 주나라에 가서 노자에게 예禮에 대해 물었다. 이때 노자는 공자의 허명과 교만을 지적하고, '군자는 올바른 때를 얻으면 자리에 나아가고, 때를 얻지 못하면 떠돌아다닌다.' '뛰어난 상인이 값진 물건을 감추듯, 군자는 덕이 있어도 겉모습이 바보같이 보인다.' 그대는 '세상을 구제하려는 야망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70세 경에 노자는 진秦나라로 가서 은둔할 것을 결심하고 황하를 건너가게 되었는데, 그 때 그곳의 수문장인 윤희가 "선생님께서 저를 위해 저술을 해주십시오."라고 말하자, 『도덕경』상·하 두 편을 써서 도道와 덕德에 관한 5천여 자의 글을 남기고 떠났다. 여기에서 그 유명한 『도덕경』이 탄생하게 되었다
『노자』에 나타나는 세속적 가치에 대한 강한 부정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움이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외적 욕망을 덜어내고 그 자리에 자연성을 들어앉히는 수양의 길을 의미한다.
어지럽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사회가 덧씌운 비본질적인 것, 인위적인 모든 것을 덜어내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만물에 깃든 '도道'의 자연스런 모습이다. 노자는 말한다. 인위를 버리고 자연 그대로를 추구하라고, 이것이 바로 노자의 핵심 사상인 무위자연의 세계가 아닌가 한다. (p. 11-12)
-----------------------
무지개/ 윌리엄 워즈워드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뛰노나
나 어릴 때도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죽으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컨대, 내 생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경건함으로 이어져 가기를
-전문-
어릴 때도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무지개를 보면 가슴이 뛴다고 한다. 과거의(어린이)와 현재의 내(어른)가 '무지개'라는 상징적 매체를 통해 하나의 일체감으로 이어져 있다. 세상은 변해도 그 근원적 본질은 영속되어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워즈워드는 이러한 영속성의 근원을 '경건함'이라 여겨, 어렸을 때 자연 속에서 느꼈던 그 감동을 잃지 않고자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라는 유명한 시구詩句를 남겼다.
워즈워드는 '영혼(sprit)'이란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어린 시절 들판이나 냇가에서 느꼈던 힘(자연 속에 깃든 영혼)이 우주의 강력한 에너지가 되어 우리의 생生을 지배하는 근본원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기에 '숲에도 정신이 있다'고 하였다. 이 또한 만물에는 영혼이 들어 있다고 보는 애니미즘과, 장자의 만물제동萬物齊同 사상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저녁나절 '굴뚝새 소리'를 '대기의 고요한 정령'이라고 하는가 하면, 이 새를 '보이지 않는 새(invisible bird)'라 명명하기도 하였다. 자연을 하나의 생명체로 여겨 그 안에 어떤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보았기에 워즈워드에게 있어서의 자연은 그냥 자연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적 정령과 일체된 신성神性 그 자체로 종교적 경외감마저 담지하고 있다.
워즈워드는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인이 아니다. 자연을 하나의 인격체로 여겨 거기에서 위로와 감동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는 '자연의 시인'이다. 자연과 영혼,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존재(presence)로 충일되는 도道의 세계, 여기에 워즈워드의 시가 있고 자연이 있다. ( p. 13-14)
---------------------
* 반년간 『미당문학』 2024-상반기(17)호 <권두언> 에서
* 김동수/ 전북 남원 출생, 1981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하나의 창을 위하여』『말하는 나무』『그림자 산책』『늑대와 함께 춤을』, 저서『한국 현대시의 생성미학』『시적 발상과 창작』등
'권두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앤솔로지, 꽃잎을 모은(전문)/ 임승빈 (0) | 2024.04.13 |
---|---|
『서울문학광장』을 열며/ 권용태 (0) | 2024.04.09 |
미래서정, 열두 번째의 의미, 어디로 가란 말이냐(전문)/ 정혜영 (0) | 2024.03.28 |
고대의 향가 현대의 향가(부분)/ 고영섭 (0) | 2024.03.07 |
계간『시로여는세상』2022-봄(81)호_재창간사(부분)/ 김용옥 (0) | 2024.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