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미래서정, 열두 번째의 의미, 어디로 가란 말이냐(전문)/ 정혜영

검지 정숙자 2024. 3. 28. 16:43

<권두언>

 

    미래서정, 열두 번째의 의미, 어디로 가란 말이냐

 

    정혜영/ 시인, 서정시학회 회장

 

 

  『미래서정』 열두 번째 앤솔로지다. 열둘, 의미 있는 숫자이다. 소년이 소년이 아니게 되는 나이. 마그네슘(Mg)의 원자번호. 탄소의 원자 질량은 12, 이것은 다른 원소의 원자 질량 지정의 기준이 된다. 연필 한 다스는 12자루, 12월은 그레고리력의 마지막 달, 올림포스 12신. 예수의 열두 제자. 음악에서 한 옥타브는 12개의 반음 간격이다. (피아노 건반이 열두 개라는 뜻) 12는 완전한 주기. 우주의 질서를 상징한다. 3×4=12에서 3은 신, 4는 인간을 의미해 12는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의 조화를 의미한다.

 

  브레히트는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서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는

  땅의 토질이 나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가 못생겼다 욕하기 마련이다.

 

  라고 적었다. 그는 아우슈비츠 이후의 시를 말했지만 지금 2003년 겨울, 그때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 것일까. 팬데믹 이후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략,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이스라엘이 하마스 근거지라며 병원, 학교 모두 폭격했다는 뉴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은 심정이다. 게다가 앞으로 5년 이내에 기후 변화의 주요 마지노선이 깨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2027년경 지구 연평균 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C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암울한 경고다. 지구 온난화 속도가 가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브레히트는 같은 시에서

 

  내가 시에 운을 맞춘다면

  내게 그것은 오만이나 다름없다.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그림쟁이의 연설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 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 두 번째 것만이

  나를 책상으로 몬다.

 

  라고 적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2023년의 겨울이다. 전쟁 무기들의 이름이 뉴스에 수시로 노출된다. 마치 옆집의 끼니를 걱정하듯, 경쟁하듯 전쟁무기들을 지원하고 있다. 새로운 무기들이 점점 더 멋지고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챌린저2 전차, 미국의 M1에이브럼스 탱크. 독일의 레오파드2 전차.

 

  내가 지금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에 운을 맞추고,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수거를 좀 더 세심하게 하고 책상 앞으로 갈 수 있을 뿐이다. 힘없는 전쟁 난민들이 받을 겨울을 염려할 수 있을 뿐이다. 그들이 갈 곳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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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시학회 『미래 서정』(제12호) 에서/ 2023. 12. 29. <서정시학> 펴냄

  * 정혜영/ 2006『서정시학』 겨울호 신인상 수상, 시집『이혼을 결심하는 저녁에는』, 현) 서정시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