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절영마(絶影馬)/ 장한라

검지 정숙자 2023. 9. 7. 02:39

 

    절영마絶影馬

 

    장한라

 

 

  오늘 당신의 우울을 안장에 얹고 달려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건 감춰진 모습으로 드러나는 발굽쐐기에 낀 모래알 같은 것, 이별을 예고한 바람과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바람을 맞서며 푸르디푸른 바다로 내달려요

 

  깊고 굵게 파인 발굽자국 파도에 씻겨지듯

  이십일 세기를 위로하며 하얗게 흩날리는 눈발들

  한순간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날리고

  당신의 품격을 발산하세요

    

  굴레의 모서리가 바닷속으로 잠기는 사이

  허공을 바추던 불빛, 천길 어둠에 잠길지라도

  행여 멀리 당신의 계절을 헤매다 고삐를 놓칠지라도

 

  그림자의 그림자 흑암을 달려

  적당히 위로받는 한때

  우리, 불어오는 숨결을 뜨겁게 껴안아요

 

  분명해지는 세계의 좁은 틈

  돌이킬 수 없는 가난한 영혼에 물린

  재갈을 풀고 재갈을 묶고

    -전문(p. 19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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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 사람』 2023-가을(11) <poem & poetry/ 기발표작> 에서 

  * 장한라/ 1965년 부산 출생, 2007년『지리산문학』으로 문단 활동 시작, 시집『철원이, 그 시정마』외, 디카시집『딴지를 걸고 싶은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