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보물지도/ 이선희

검지 정숙자 2023. 8. 1. 02:26

 

     보물지도

 

    이선희

 

 

  약력과 해설로 짐작되는 암호는 암호라 할 수 없다

  자칫 암호에서 멀리 유인하기 위한 술책일 수도 있다

  숨겨놓은 보물마다 각각 다른 암호가 걸려 있어

  매번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보물지도에는 상징과 역설과 아이러니들이 난무한다

  길고 짧은 얼기설기 얽힌 줄 같은 글자들

  암호의 질에 따라 보물의 등급이 달라지기도 한다

  쉼표나 조사 하나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곰곰 들여다보면 의외로 엉뚱한 부분에서 쉽게 풀리기도 한다

  어떤 암호는 빼고 더하고 비틀어도 도저히 풀 수 없는 암호도 있다

  적당히 고단한 암호 푸는 과정도 보물 찾기의 즐거움이다

  그렇게 암호를 풀다 보면 

  시집 한 권이 보물 궤짝으로 보일 때가 있다

  반짝반짝 우편함에 꽂힌 보물지도 한 권

     -전문(p.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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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2023-여름(90)호 <신작시> 에서

  * 이선희/ 2007년 『시와경계』로 등단, 시집『우린 서로 난간이다』『소금의 밑바닥』『환생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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