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민박집
이재무
구름의 민박집에서 한 사흘 유숙하다 돌아왔네
구름의 민박집에는 오갈 데 없는 방랑객들이 들어차 있더군
구름의 민박집에서 만난 이들은
초식하는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더군
주유의 기쁨으로 충만한 얼굴들
구름의 민박집에서는 통성명 없이 만나고 헤어진다네
가장을 벗고 건달로 갈아입은 이들과
어머니를 벗고 여자로 갈아입은 이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구름의 민박집 구석방에서 나, 한 사흘 누워 멀뚱멀뚱
무늬 없는 천장만 바라보다 돌아왔네
-전문(p.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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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2023-여름(90)호 <신작시> 에서
* 이재무/ 1983년 『삶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섣달그믐』『슬픔은 어깨로 운다』『즐거운 소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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