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신정연/ 고등학교 3학년
하얀 병동 침상 아래 굴러가던 잡동사니 벽에 붙은 시계 분침은 점점 빨라지고 소등 시간입니다 교도관이 뒷집 지고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커진다 칼림바 연주 멈추지 말고 풀숲에서 멀어질수록 풀벌레는 더 크게 울어대고 병동 밖은 흑백이었네 그럼 이건 꿈이다 한여름 밤의 꿈일지도 모른다 그거 읽어봤어? 아니 네가 두 다리로 걷는 모습은 이질적이다 그렇겠다 언니 시간이 벌써 다 되어가는 중이야 칼림바 말고 목소리 말고 다른 장면 말고 한여름 풀벌레 소리 들리며 블랙 아웃 여러 명의 박수 환호 그리고 대사 축하해 영화 잘 만들었네 문 닫으며 비집고 들어오는, 근데 어쩌다 저렇게, 야 쉿 다 들려, 불쌍해서 그러지 온통 하얀 벽과 침대 이불 너는 다시 형체가 없고 돌아 누워 여름밤은 다른 사람 입속에서 흘러가고 있었네 칼림바 연주 아직까지 이어가며 너랑 나만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럼 영영 깨지 말고 이렇게 있자 흑백도 담장도 여기 침상도 창밖 여름은 아직 멈추지 않고 블랙 아웃
-전문(p.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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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詩魔』 2022-가을(13)호 <시마詩魔 학생>에서
* 신정연/ 안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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