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10회 4·3평화문학상 수상작>
폭포
유수진
폭포는 순간이 없다.
멈춤이 없다.
멈춤이 없으니
지구의 부속품 중 하나
폭포 아래에는 지구의 명치가 있어서 지구와 같은 시간을 흐르고 지구와 같은 기억을 간직하고 지구와 같은 길이를 짊어지고 지구와 같은 두통을 앓는다. 지구의 이마를 짚는 폭포 쏟아지는 이유를 들어보자. 움푹하게 패인 곳을 더 움푹하게 파는 낙하가 그곳에 있으니, 움푹하게 패인 곳을 치는 주먹들이 있으니.
그곳에 소란이 있으니.
폭포 위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건 떨어지는 물보다 더 빠른 죽음이겠지. 그건 쏟아지는 하늘보다 더 파란 죽음이겠지. 순간이 있었다면 치솟는 일 같은 건 생각도 않고 아래로 아래로 순응하며 살 수 있었을 텐데. 차라리 바닥을 천명으로 여기고 손안의 주먹밥이 식은 걸 팔자 탓으로 돌릴 수 있었을 텐데. 문득 올려다 본 곳엔 두 손에 묶인 채 위로 위로 끌려 올라가는 폭포가, 파랗게 질려서 밑동까지 덜덜 떠는 폭포의 귀청들이,
폭포를 보고 있으면 계속 흐르는 중인지
계속 치솟는 중인지 모를 때가 있다.
함께 흐르는 듯 함께 치솟는 듯해 폭포에게
무엇을 봤냐고 물어본다.
귀가 어두워서 모른다고
못 들었다고
못 봤다고 하고
바닥에서 다시 튀어 오르는 물은 마치 무명천이 펄럭이는 것 같다.
흘러간 물을 되돌리려 안간힘을 쓰는 폭포. 이미 흘러간 물줄기는 천 리는 지나고 만 리를 지나고 지금쯤 어느 별에 닿았을 것인데.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낮마다 밤마다
아무도 모르게 폭포는
그 옛날의 물줄기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네.
-전문(p. 52~53)
* 심사위원: 김상인 이문재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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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詩魔』 2022-여름(12)호 <시마詩魔 특집/ 수상작/ 논평>에서
* 유수진/ 202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 2015년『시문학』 시 부문 신인우수상작품상, 제6회 ⟪경북일보⟫ 소설부문 문학대전 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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