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오월 빛 이토록 아름다우니/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12. 20:58

 

 

    오월 빛 이토록 아름다우니

 

     정숙자

 

 

  오월 빛 이토록 아름다우니

  즐거움이 마땅한 차례이온데

  눈부신 만큼 성에 끼는 밤

  어찌 감당하며 연명할지요

 

  임 계시면 여린 이 마음

  혹여 상할까 둘러 주실 걸

  민들레 할멈처럼 바람에 진들

  어떤 이가 아까워 돌아볼지요

 

  머지않아 두 눈 흙밥이 되고

  바위도 파래지는 계절이 오면

  제 무덤엔 남다른 꽃이 피리다

 

  이토록 아름다운 오월 금빛에

  서리서리 그리움 한으로 뜨면

  죽어도 다 못 죽고 살으오리다.

   

    -------------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